결혼 12년차 돌아보니 행복하네요(그냥 푸는 썰)

468628No.396052022.03.29 12:29

전 프리랜서 유부인데 요즘 일 쉬는 기간이라 잠깐 백수거든요

오늘 아들이랑 남편 둘다 아침에 아프다고 그래서 둘이 손잡고 병원 다녀오라고 했더니

남편이 "병원은 엄마손잡고 가는건데?!"하며 제손을 잡더라구요ㅋㅋㅋㅋㅋ

그래서 셋이 손잡고 집근처 내과 다녀왔어요. 둘다 꾀병인거같긴 해요(코로나는 얼마전에 걸려서 격리해제됐고 별 증세 없는데 둘다 어지럽다 기침나온다 해서 다녀왔어요 ㅋㅋ)

아침에 병원갈 준비할땐 살짝 귀찮았는데 아들은 학교보내고 남편은 회사보내고 집들어오는데 괜히 미소짓게 되더라구요

연애했을때부터 지금까지 치면 15년인데 늘 마누라 너무 좋다고 애교부리고 춤추고 헤헤 웃고 힘들면 집에서 맥주한캔씩 까서 서로 투덜거리는거 들어주고 자기전에 아침에 뽀뽀를 잊지않는 남편도

맞벌이라 신경못써줄때도 많은데 주변어른들에게 얘는 어쩜 이렇게 예의바르냐고 칭찬도 듣고 혼자 밥도 잘먹고 야근하고 들어올땐 어깨 두드려주는 시늉이라도 하고 힘내라고 말해주고 항상 엄마 좋다고 안아주면서 엄마 옷입은거 어때? 머리한거 어때? 하고 물어보면 예뻐요 공주같아요 드라마 나오는 사람같아요 하면서 무조건 사랑해주는 아들도 다 저한테 엄청난 행복이고 행운이에요

저는 어렸을때 가정불화를 겪고 자라서 진짜 이런 가족을 꿈꾸면서도 내가 좋은 배우자 좋은 엄마가 될수 있을지 차라리 결혼을 하지 않는게 어떨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살 정도였는데

저혼자 뭘 해야만 됐던게 아니라 남편이랑 아들이랑 같이 만들어가면 되는거였네 싶어요. 서로 부족하면 끌어주고 기대게 해주고 믿어가면서요.

정말 별일 아닌 순간에 행복이라는 감정이 툭 하고 튀어나왔는데 엄청 행복해서 자랑삼아 주저리 써봤어요. 주책인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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