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와 헤어지려고 마음먹었습니다.

532858No.291552020.09.30 00:49

이제 600일 갓넘긴 커플인데요, 어제 크게 싸웠습니다.
사실 싸운 원인은 엄청나게 대단한 것도 아니었는데
싸우고 나니 '너는 평소에 그래, 너는 원래 이런 성격이야'
이런 말까지 나오게 되고 우리 이제 그만하자는 말까지 나왔네요.

돌이켜보면 참 많이 싸웠습니다.
좋았던 날이 더 많았지만 많이도 싸웠죠.
저는 한 번 싸우고 나면 몸과 마음 모두 아파서 싸우는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싸우는 경우는 간간히 있었고,
그렇게 싸울 때마다 어느덧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싸우고 힘겹게 화해하고 넘어서긴 하는데...넘어서지 못하는 날이 오면 어떡하지?
서로가 참 많이 좋아했던지라 결혼 이야기도 늘 하곤 했었는데,
결혼을 하고 나서 넘어서지 못하는 고비가 찾아오면 그 때는 어떡하나...겁이 났습니다.

6개월 전에 싸우면서 결국 이 말을 여자친구에게 했습니다.
난 더 자신이 없다. 오늘 우리가 화해하더라도 더이상 화해하지못하는 그 날이 오면 어떡할 생각이나...나는 자신이 없다 라구요.
그 때 여자친구는 그럼에도 서로가 노력을 해야하지 않겠냐고 대답해주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오래간만에 크게 싸우게 되었죠.

최선을 다했습니다.
20대 후반 공부도 못하는 대학원생에, 수입도 변변찮고 취업도 못하는 상황이지만 그 사람에게 할 수 있는만큼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재정적으로 많이 힘이 들었지만 기념일도 챙기고 여자친구 도시락도 손수 만들어서 갖다주고(덕분에 요리는 많이 늘었지요), 비까진 않지만 갖고 싶다던 향수도 사다주고...그리고 월세 내려고 오늘 통장을 보니 통장에 18만원 있네요. 월세는 40인데...

근데 어제 싸우는데...'너 앞가림이나 잘하고 설교질 해라'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참 맥이 빠지더라구요(어디까지나 제 기억이기에 100% 정확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요).
스스로가 옳다고 생각하는 나쁜 고집이 있어서
여자친구와 만나면서도 그런 모습이 나오는 부분을 느꼈는데
여자친구도 거기에 화가 났던거겠죠.

전 제가 상처 받는 것도, 저로 인해 누군가가 상처받는 것도 너무나 싫습니다. 감정을 부딪혀 가면서 싸우면 너무 아프거든요.
그래서 전 이제 자신이 없네요. 더 싸우고 싶지 않아요.
참 좋은 사람이지만, 너무 아파서 힘이 드네요.

최선을 다 한만큼 후련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것도 아니네요.
그냥 어쩌면 지금 여기서 사과하고 화해할 수 있는데
또 싸우기가 무섭다는 이유로 도망치려는 걸지도 모르겠네요.
어젯밤에 싸우고 아직 연락도 못했고 오지도 않았지만...
저는 여자친구와 헤어지려고 마음먹었습니다...
제가 너무 힘이 드네요.
아직 눈물 한 방울 안나는데, 진짜로 헤어지면 눈물이 나겠죠?

차라리 돈이라도 많았으면 좀 더 나았을까요.
대학원은 왜 와서 이러고 있는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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