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이상하게 한게 항상 슬펐는데

625527No.420642022.08.24 17:04

속도위반이라고 양가 부모님이 전부 쪽팔리고 돈없다며 그냥 시댁근처 성당에서 한복입고 양가 부모님만 모시고 혼례미사 했어요. 20분정도면 끝나는 거고 그냥 신부님 앞에 서서 증인선서랑 간단하게 미사만 하는 정도로요.

(보통 성당사람들은 본식 끝나고 성당에서 간단하게 한번 더 하든가 아예 성당에서 드레스입고 결혼식을 함.)

저도 동의는 했는데

결혼식 올리기 전부터 일단 시댁에서 살고있었거든요. 일단 임신중이니...

그런데 결혼 당일날 아침에 사진찍을건데 화장이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화장을 하고있는데

갑자기 시어머니가 혼례성사 보기전에 빨리가서 기도도 드려야하고 뭐 할게있다면서 화장 본인이 해주겠다며 다짜고짜 눈에 새빨간 섀도우를 덕지덕지 묻히고 끌고갔어요. 성사가 10시면 집앞이라 10분전에 출발해도 될 거리인데 7시에 끌고갔음.

저희 부모님은 친정에서 올라오시는데 저 얼굴 보고 그날 엄마가 너무 속상해하시면서 하루먼저 올라와서 준비라도 시킬걸 그랬다며 우시고

저도 거울보고 속상해서 울음참느라 혼났어요. 엄마한테 안그래도 대못박았는데 더 박은거같아서 죄송했고요.

친구들이 식은 참석못하지만 축하해준다며 피로연 비슷하게 성사 끝나고 보자고 해서 미리 약속 잡아놨었는데 성사 끝나고 걔네들하고 커피마시는데 조심스럽게 친구중 한명이

"ㅇㅇ야 너 화장 잘하잖아.. 오늘 눈 왜그래? 어제 울었거나 눈병났어?"하는말에 터져서 펑펑 운 기억이 있네요. 그때 찍은 사진은 다 없애버렸구요. 아마 시댁엔 몇장 있겠죠.

그 이후 더 심하고 많은일들이 일어나서 시댁과 연 끊고 남편과 둘이 알콩달콩 10년째인데

어제 둘이서 한잔하다가 그 얘기가 나왔어요.

그런데 남편이 그래도 가족들만 그 화장을 본거니 다행이다 나쁜기억은 잊자고 하길래

친구들이랑 있었던 얘기를 해줬더니 얼굴 표정이 싹 굳더라구요

그러더니 진짜진짜 미안한 표정으로 조용히 술만 홀짝거리는데

뭔가.. 아무말도 안하는데 맘이 풀리더라구요

남편이 잘못한것도 없고 남편은 남편대로 그날 시어머니가 정신없이 굴어서 당황했을텐데.. 그리고 그 이후로도 결혼식 우리끼리 따로 하자며 준비했던 남편이라..

결국 제가 돈도 아깝고 이제 별로 미련없다해서 안하긴 했지만요 ㅎㅎ

그때 속상했던 맘을 알아주는거같아서 덜 슬퍼졌어요 ㅎㅎ 결혼 잘했다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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