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글)그래도 내 인생이 성공적이라고 느껴질 때 2

529046No.399762022.04.19 20:19

제가 좋은 사람들 많이 만났던 얘기도 쓰고싶어요

제가 어릴때 너무너무 가난했어요. 어느정도냐면 기초생활수급자는 기본이고 시골에서 월셋집 전전하면서 네식구 살았어요. 학원도 단한번도 못다녔고 친구를 딱 한번 집에 초대해봤는데 엄마가 기겁하면서 쫓아내신 후에 우리집에 누굴 초대하고싶냐면서 혼냈던 기억도 나요. 쌀떨어져서 엄마가 막 울던 기억도 있구요.

그리고 아빠가 강압적인 분이라서 학교끝나고도 바로 집와서 공부해야하고 고등학교 졸업때 노래방 영화관을 처음 가볼정도였어요. 친구랑 제대로 논적이 한번도 없었어요.

그런데 전 단한번도 왕따나 소외를 당한적이 없었어요. 학교 집만 왔다갔다 해도 신기하게 저를 배려해주고 잘 대해주려는 친구들이 꼭 한명이상 있었고 선생님들 중에도 감사한 분이 많아요.

초등학교때는 제가 쓴 유치한 일기를 잘 쓴 글이라며 어린이 신문에 보내서 상을 타게 해준 선생님, 학교 도서관에서 책읽다가 시간을 잊고 무려 수업 땡땡이를 쳤는데 부모님께 비밀로 해주신다며 책 열심히 읽는다고 동화책 선물을 해주신 선생님이 계셨고.. 중학교때는 집안 형편 가난한거 아시고 사설 장학금 재단 알아봐주셔서 큰 도움을 주셨던 선생님도 계시고요.

친구들도 제가 같이 놀러가지도 못하고 생일에 초대해도 못가는 애였는데도 어디에서 뭐 했는지 얘기도 해주고 어색해도 다 받아주는 친구들이었어요. 덕분에 학창시절에 나쁜 기억이 단 한개도 없어요 ㅋㅋㅋ

그리고 대학교때도 정말 고민상담 많이해주고 쓴 조언도 주고 족보도 주고 술도 잘 사주시는 선배들 많이 만나고... 그중엔 제가 정말 급한 돈이 필요해서 아무런 언질도 없이 동네 카페에서 불러냈는데도 자기 적금을 깨서 들고나와서 '돈 필요할줄 알았다. 안갚아도 되니 이거 너 해.'하는 친구도 있었구요. 나중에 직장다니면서 다 갚어서 다행이에요 ㅋㅋㅋ

제일 대박은 남편이었어요. 제 집안 사정도 다 알고 약간 모난 제 성격도 다 알면서 정말 따뜻하게 대해주고... 결혼한지 11년차인데 그동안 싸우지 않은건 아니지만 저에게 사랑을 어떻게 하는지를 알려줬어요. 그 지랄맞던 산후우울증도 극복하게 도와주고 그리고 여전히 저를 엄청나게 챙겨주고 잘해줘요. 주말에 아침 차려서 침대로 갖다주고 매일매일 뽀뽀하구요.

직장다닐때는 제가 첫 회사를 2년 다니다가 상황이 너무 고되서 퇴사할때 평소에 좋게 보셨다며 회사 차렸으니 여기로 이직하라고 제안해주셔서 공백없이 바로 이직도 했고 그 회사가 상황 안좋아져서 고민하고 있을땐 그당시 프로젝트에서 만난 언니가 프리랜서 할 수 있게 정말 큰 도움을 줬어요.

그리고 중간에 저 따라서 일하겠다는 후배가 생겨서 지금은 팀으로 계속 같이 움직이면서 일하고 있고요.

아들이 하나 있는데 얘도 어른들한테 예의바르다 칭찬 많이 받고 가끔은 제가 야근하고 들어오면 힘드시죠? 하면서 이런저런 얘기 나누는 친구같은 초딩이에요 ㅋㅋㅋ

그래서 정말 제 직업이랑 제 주변 사람들 생각하면 너무너무 힘나고 뿌듯하고 행복해져요 ㅋㅋㅋ 나 잘 살아왔네. 진짜로 감사한 삶이구나 하면서요. 그리고 이 사람들이 없었다면 전 아마...

퇴근하고 맥주한캔 하면서 주절주절 써봤네요. 끝까지 봐주신 분이 있다면 감사합니다. 갑자기 얘기하고 싶어져서요 ㅋㅋㅋ

여러분도 좋은 하루 되시고 소소한 불행을 겪어도 큰 행복이 꼭 뒤에 따라오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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