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것 아닌 행복

435472No.424382022.09.17 23:44

나는 k장녀다.
부모님에게 의지와 신뢰의 대상이 되기는 쉬웠지만
애정어린 애교나 사랑 고백은 어려웠다.
가끔 아빠랑 티비를 보다가 갑자기 아빠가 너무 좋아서 주체못할 감정이 솟아난다.
그럴 때마다 쇼파 아래 앉아계신 아빠의 등짝을 찰싹 하고 쳤다.
그럼 아빠는 한번 쓰윽 돌아보시곤 다시 티비를 보시곤 했다.

그 얘기를 듣던 늦둥이 여동생이
"언니, 걱정 마! 내가 자주 해서 벽을 허물테니까 언니도 보고 따라해!"한다.

자기 전 샤워하고 나오는데 여동생이 불꺼진 안방에 들어가더니
어머, 얘가 왜 이래?!하는 엄마 소리,
이윽고 어딘가 빙구같이 웃는 아빠 소리가 들렸다.
음흉한 늑대처럼 액션을 취한채 엄빠 침대 위로 기어가서
엄마와 아빠에게 볼 뽀보 한 방씩 먹이고 사랑한다고 기어코 외치고는
너 양치 꼭 하고 자라고 기어코 아빠의 한소리를 듣고 내려왔다고.

오은영쌤이 자식은 부모가 아무리 못된 존재였더라도
어린 시절 사랑받았던 어떤 기억을 붙잡고 그 기억에 의지해
부모를 사랑하고 갈구한다고 했었다.

오늘의 이 순간도, 내 안에서
우리가 사랑받고 있고 서로 사랑하고 있음을 깨달은
강렬한 한순간으로 오래도록 기억돼서
먼훗날 요양원에서 아빠 혹은 엄마의 말도 안되는 요구 때문에 속상한 때가 오더라도 다시 한번 웃고 힘내게 해 줄 동력원이 될 것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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