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임승차를 도와줬습니다..

896173No.235752019.12.18 03:16

금요일 늦은오후 세종에 사는 아는 동생을 만나러 가기위해
수원역에서 조치원가는 누리호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광장 벤치에 자리가 있어 앉았는데 옆에 앉아계신
할머님 나이로 보이는 여성어르신께서 말씀을 거셨어요
어디 가느냐 하셔서 조치원에 갑니다 말씀 드렸더니
그거 호남선 아니냐 나는 김제에 간다 조치원가는 그거 타면
김제도 가지않냐 이왕가는거 같이 가자고 하더군요

그래서 몇분기차세요? 시간대가 다른 기차면 같이 못가요
라고 말씀드리니 표는 있다 근데 짐이 무거워서 혼자 못가겠다
말씀하시더라구요 그래서 같은차면 제가 플랫폼까지 당연히
짐을 들어드리겠다 8분차 맞으세요? 제가 표 보고 알려드링께요 라고 말씀드리니 갑자기 당황하시며 표는 딸이 끊으러
갔다고 하시는거예요..음...아무리봐도 이상하고
10분정도 같이 앉아있는데도 딸이란분은 오질 않았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역시나 표가 없으시더라구요
짐이 뭔진 몰라도 시장용 철제카트(?) 에 포대같은게
두포대정도 묶여있고 맨위에 올려져있는 비닐엔 왠
빈 500미리 페트병이 대여섯개 있었습니다.

노숙자이신가하고 행색을 다시 살펴보니
옷차림은 아주 깔끔하시고 신발도 거의 새것같았구요
다만 마르시고 허리가 조금 굽으셔서
영락없는 시골 할머니 같으셨어요
말버릇처럼 자긴 잘 모른다는말을 계속 하셨어요

"할머니 표가 없으시면 제가 도와드릴수가 없어요"
하고 눈을 질끈감고 자리를 뜨려하는데
역시나 안벌부절 하시며 저 말고 다른분에게 또 말을걸더군요
집이 김제라는데 핸드폰도 없으신것 같고
그렇다고 내 돈으로 기차표를 끊어드리는것도 좀 오바같고
근데 왠지 도와드리지 아노으면 하루종일
수원역 대합실 광장에서 밤새실것같고...
도와드리려 했더니 옆에계신 아주머니께서 그냥 모른척
가만히 있으라며 갈길 가라고 하더군요..
독하게 마음먹고 그 분께
"어르신 댁까지 조심히 가세요"라고 말씀드리고
자리를박찼는데 역시나 제 옷소매를 잡으시며
무작정 따라오셨습니다

에라모르겠다라는 심정으로 짐을
기차타는곳까지 옮겨드렸습니다.

수원역에서 기차를 타보신분은 아실겁니다
계단이 꽤나 가팔라요 짐이 별로 무거워보이지 않았는데 막상
들고 계단을 내려가니 무게가 30키로는 되는것 같더군요
"내가 지금 뭐하는거지"....
아무튼 타는곳 플랫폼까지 데려다 드리고 이번에 오는 기차를
타시면 된다고 말씀드리고 거기서 발을 뺐습니다..

이러면 안되는걸 알지만 무임승차를 도와드렸네요..
그날 하루종일 그 생각이 나더라구요
옛날 돌아가신 우리 할머니가 생각나서 그런지
과연 그 할머님은 댁에 잘 들어가셨을까...
돈이 없으셨던걸까..?
내가 위선자 짓을 한건가....온갖 생각이 맴돌았습니다

이상한 기분의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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