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 없는 오늘

900960No.231452019.11.27 15:14

연애초기 아내가 선물했던 그녀석..
참 오랜시간 함께 했다.

얼굴이 붓고 피가 났지만 단지 치근단 농양이라고 믿었다.
몇번의 수술이면 다시 건강해질거라고,
수의사가 말한 악성 종양 가능성은 귀에는 들어왔지만
전혀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나도 아내도 들었으면서 애써 무시했던 것 같다.
매일 아침 한시간이나 같이 뛰며 내 다이어트를 도와주었던 녀석은
단 10분의 산책도 힘겨워하며 그늘에 누웠다.
집에 가기 싫다고 온몸으로 버티며 항의하던 녀석이 그립다.
그것이 행복이었음을 왜 그땐 몰랐을까.
집에서 보내는 마지막밤 예전처첨 마당에 묘목을 부러뜨려 내 속을 태워주길 간절히 바란다.
매일매일 눈코입에서 흘러내려 굳은 피와 농양을 닦아주는건 대부분 아내의 몫이었다.
아내보다 더 큰 녀석… 아내도 녀석도 매우 힘들었으리라.
항상 뼈채 고기를 주고 싶어했으나 아내는 어렸을때 소형견이 뼈를 먹고 죽은 경험이 있어 항상 반대했다. 아내는 오늘 내가 사온 양갈비를 뼈채주는것에 반대하지 않았다.
건강했던만큼 병의 진행은 더욱 빨랐다. 수의사도 놀랄만큼 건강한 종양 세포는 어느새 폐와 주요 장기를 뒤덮었고. 매일같이 피를 흘리며 숨을 쉬는것마저 고통스러워했다.
한참 고민하던 수의사는 항암처방과, 안락사 두개의 소견서를 주고 오랜시간 내 아내를 설득했다.
그녀석이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고 있는지, 개와 사람의 사고방식은 어떻게 다른지 여러가지 것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여러차례의 수술로 익숙해질만도 한데. 매번 마취약에 잠들기 직전 비명을 지르며 잠들었다.
고통에 대한 원망인지, 배신감에 대한 분노인지. 매번 나에게 고정되었던 그 눈을 손으로 감겨줘야만 했다.
수많은 이유로 정당화 하며 어쩌면 내일을 살고싶었을 너를 나는 오늘 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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