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490831No.206632019.07.26 17:24

오전 내내 개미를 잡았다.

사탕이 담겨있던 빨간 플라스틱 용기는 어느새 개미로 가득찼다.

동네 형 누나들은 유치원에 가고 아빠 엄마는 출근했다.

주차장 한켠에 누군가 가져다 놓은 평상엔 동네 할머니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볕을 쫴고 있었다.

놀이터 가상자리 화단을 빙빙 돌며 부지런히 개미를 잡았다.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그곳은 놀이터가 아닌 주차장이었지만

우리 단지내 그 누구도 차가 없었기에 그곳을 우리들의 야구장이었고

수만은 금들은 신발던지기의 기준선이 되어주었고

때론 경찰도둑 놀이의 감옥. 불났냐 게임의 사다리가 되어주엇다.

가끔 생채기라도 나면 쑥을 씹어 상처에 붙여주곤 했던 동네형

그 쑥들 사이로 무던히 개미를 잡았다.

늦봄 날씨에 출근하며 엄마가 끼워준 보석반지사탕이 손바닥을 질척하게 만들었다.

끈적한 손을 닦기 위해 세면대에 물을 틀었고.

애써 모은 개미들이 담긴 사탕통의 끈적임도 떨어내고자 물에 넣는순간

사탕통이 열리며

그야말로 아비규환. 검은 구멍으로 팔다리를 휘져으며 빨려들어가는 수백의 생명들

나는 그 이후로 곤충을 죽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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