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20살인데... 사는게 너무 회의감이 느껴져요.

444753No.209812019.08.09 05:19

안녕하세요,

말 그대로 삶에 회의감이 느껴집니다.

아직 20살이고 더위를 타서 그런가 모든 일에 의욕이 사라지고, 아무것도 하기 싫고 갑자기 죽어도, 아 그래, 이정도면 뭐 오래 살았다(;;) 할 정도로 살고 싶은 기분이 안들어요.

다른 분들이 보시기에 철 없어 보이실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제 꿈은 댄서입니다. 꿈이 있어서 처음으로 다이어트도 해봤고 꿈이 있어서 하루하루 두근거리는 심정으로 정보도 찾고 알바하면서 미래를 그리며 열심히 살고 있었어요.

바로 춤을 배우면 좋겠지만 제가 덩치가 있어서 건강을 위해서라도 살을 빼야합니다. 더 빼야하지만 현재 104kg에서 84kg까지는 뺐습니다. 30kg을 더 감량해야 정상체중 범위로 들어오게 되는데요.
20kg를 뺐다고 하면 다들 대단하다고 많이 뺐다고 놀라시는데, 제 입장에선 별로 대단한 건 아니죠.

저처럼 이렇게 초고도비만이면 먹는 것만 줄여도 살이 쭉쭉 빠진다고 하더라고요. 이 말이 맞는 거 같아요. 그래도 조금이라도 살이 빠진 모습을 알아봐주시는 분들 덕분에 더 의욕이 붙었었네요.

아무튼... 난 충분히 행복하며,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수 있을 거야. 를 머릿속으로 계속 되새기면서 하루하루를 버텼는데, 더위를 타서 그런가, 잠을 못자서 그런가 아니면 알바 때문에 그런가 점점 지쳐서 다 놓아버리게 되더라고요.

잠도 충분히 못 자서 그러는 것도 있을 것 같기는 한데... 가장 큰 문제는 알바 때문인 것 같네요. 일은 그렇게 안 힘들어요. 근데 사람 때문에 힘드네요. 손님 때문에 힘든 게 아니라 같이 일하는 사람 때문에 힘드네요.

알려주시지도 않으시고 물어보면 다짜고짜 짜증부터 내시고. 저한테 말하는 어투부터 화내시는 어투이시면서... 게다가 손님들이랑 주방 어른 분들께는 웃으시면서 말씀하세요. 저랑 같이 일하는 친구와 저한테만 짜증내시고, 웃으시다가 저랑 눈만 마주쳐도 정색하시고 인사도 안 받아주시네요.

일주일에 세 번 뿐이 안가는 일이지만 정말 스트레스 받아요. 제가 일을 잘 못해서 혼나는 거라면 저도 이해하고 반성하며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알려주지도 않고 알아서 잘 하길 바라는 것 같아서 힘드네요. 마음만 같아선 저도 알아서 잘 하고 싶은데... 그게 한계가 있네요. 정말 정말 이쁨 받을 수 있게 일 완벽하게 해드리고 싶어요.

그래서 궁금한 거나 모르는 거 물어보면 퉁명스럽게 말씀하시고 그것도 모르냐는 뉘앙스로 화내시네요... 너무 속상해요. 그냥 더위를 타서, 잠도 못자서가 아니라 일하는 곳에서 사람한테 너무 지쳤나봐요. 악착같이 살아남아야 제 꿈도 이루고 뭐라도 할텐데...

얼굴만 봐도 정말 짜증나고... 하... 제가 어려서 그런지 무시하시는게 눈에 보여요. 잘못한 것도 없는데 이거 틀리지 않았느냐하면서 무작정 화내시는데. 맞다고 잘 설명해드려도 사과 한 마디 없이 저 한번 쳐다보고 그냥 고개를 홱 돌리십니다...

일한지 4개월 지났는데... 10월달까지 그만두지도 못하고... 무시해버릴 수도 없고... 제가 아직 철이 덜 들었나봐요. 고작 20살이 삶을 다 살았다느니 뭐냐느니 의욕이 안난다느니 다른 분들이 보시면 충분히 기가 차시고 웃기실 수도 있으시겠네요.

현재 다이어트고 뭐고 다 중단한 상태라서 몸무게는 86kg 유지하고 있기는 한데... 겨우 일하는 곳에서 사람 하나 때문에 전전긍긍하는 제가 안타깝네요. 이 힘들고 각박한 세상 어떻게 살려고 이런 일에 스트레스 받고 우울해지는지... 정말 자존감 갉아 먹습니다.

엄마는 안계시고 아빠와는 과거의 일 때문에 얼굴 보기가 조금 껄끄러운데... 아빠도 개인사정 때문에 집에 쭉 계시네요. 고민 들어줄 친구들한테도 이런 얘기가 너무 부담스러울 까봐 말을 못하겠어요. 나만 힘든게 아닐텐데... 밖에 나가도 스트레스 받고 집에 와도 스트레스 받고

다시 살을 빼면서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게 맞는데... 점점... 그냥 크게 울고 떼어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보다 어려도 많은 어려움을 격파하고 목표에 가깝게 도착한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저보다 나이가 많으셔도 목표를 향해 열심히 도전하시는 분들도 계실텐데

댄서가 하고 싶다는게 정말로 하고 싶고 이게 내 진정한 꿈이었는지 그때의 두근거림은 거짓말이었는지, 그냥 다 허풍이었을까요. 왜 이렇게 의욕이 안 나는지... 10월 달에 알바를 그만두고 한 달간 쉬어보면서 다시 빠샤빠샤 해야겠어요.

그냥 어디 하소연 할 곳이 없어서 여기다가 철 없는 행동 좀 하고 갑니다. 죄송하고 좋은 하루 보내시고. 자신의 목표를 향해 돌진하시는 분들, 그리고 꿈을 이루신 분들 모두 멋지고 존경합니다.

그리고 아직 꿈이 없으신 분들 괜찮아요. 꿈 같은 거 없어도 하루하루 행복하시기만 하면 돼요. 그게 어려운 일인지는 알지만

꿈도 저 같이 뭐 댄서같은 꼭 직업이어야 하는 법은 없잖아요.뭐 올해 면허따기, 자격증따기, 시험보기 뭐 일주일에 4번만 일하기, 뭐 매주 주말마다 치킨에 맥주 마시면서 행복한 마무리하기, 가족과 건강하고 화목하게 살기. 이러한 것도 꿈이 될 수 있어요.

그냥 꿈이 있으신 분들, 없으신 분들, 자기가 맡은 일을 책임감 있게 열심히 살아가시는 분들 존경하고 멋지십니다. 다들 자기 자신을 사랑하며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글을 정말 못쓰네요.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들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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