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기 전

876653No.163572019.01.24 00:21

물이 지치기 시작했어.
이건 눈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의미하지.
물은 지쳐버렸어.
시냇물이 되고 비가 되는 것에
뿌리를 따라 올라가는 것에,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에 말이야.
물은 노래 부르는 것에도 지쳤고,
흘러가는 것에도 반짝이는 것에도 졸졸 흐르는 것에도 흘러 넘치는 것에도 지쳐버렸지.
물은 말을 잃고 잠들고 싶어 해
그리고 잠들었던 저기 저곳에서 머물고 싶어 해.

낮게 드리운 하늘 아래서 지쳐버린 물은
납덩이보다 더 묵직하게 어슴푸레 빛나고 있지.
물은 저 자신이 되는 것에 지쳐 버렸어.
하지만 아직도 감정을 잃어버려야 하고,
아직도 얼음이 되어야 하고
이젠 노래를 부를 게 아니라 갑옷과 투구처럼 소리를 내야 만 해.

음, 아직 세상은 고요해.
관목의 앙상한 가지들이 삐죽 솟아 나온다네.
진창이 끝나가고 있어.
교차로가 살짝 얼어붙었지.
그렇지만 땅은 아직 검다네.
이제 곧 첫눈이 쏟아지기 시작할 거야.

- 다비트 사모일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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